"문재인정부도 언론자유 인식 약합니다"

이수완 논설위원() | Posted : April 30, 2019, 05:00 | Updated : May 17, 2019, 16:02

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마이클 브린(67)은 37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영국 출신 원로 기자이자 북한 전문 컨설턴트이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저서 '한국, 한국인' (The New Koreans)에서, 그는 베테랑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그리고 한류까지 두루 분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특정한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한다. 한국인들은 이 야수를 '민심'이라고 부른다'며 한국의 '민심 민주주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촛불 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심'이 폭발하면 법치까지 무너뜨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외신기자인 그에게 들었던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한국인이니까 외국인보다 우리나라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숲에 들어가면 막상 그 숲을 끼고 있는 산은 볼 수 없다. 오히려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아야 그 산을 볼 수 있다. 오랫동안 한국인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관찰해온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 브린의 견해를 우리가 한마디 한마디 곱씹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브린은 영국의 가디언지와 더타임스지,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 서울 특파원을 지냈고 1987년에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자신이 서울에 창립한 종합 PR 컨설팅 회사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 (Insight Communications Consultants)의 CEO로 일하면서, 국내외 언론에도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오랫동안 외신기자로 일했던 필자와도 가끔 만나서 국내외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지인이다. 최근 그를 만난 건 조선일보에 실린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추모 시설을 설치하는데 방해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공영방송인 KBS 토크쇼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직후다.

브린 전 회장은 칼럼에서, "세월호 사고는 끔찍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라 더욱 그랬다"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월호 추모 시설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이 상징하는 광화문광장의 주제와 맞지 않는다"며 "서울시가 이곳에 세월호 추모 공간을 만들려는 건 '한국인은 희생자'라는 한국 특유의 사고방식에 맞닿아 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이 정치적 의도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며칠 후 자신의 칼럼에서 "엊그제(4월 6일) 마이클 브린 전(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한편 부끄럽고 한편 참담했다”며 현 정권의 좌파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KBS는 21일 밤 1TV 시사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 J'를 통해 칼럼 내용을 집중 논의 했다. 한 패널은  "마이클 브린이 쓴 칼럼이 나오고 나서 (김대중 고문의 칼럼이 나온 걸 보면) 어찌 보면 같은 기획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패널은 "가장 중요한 건 조선일보가 왜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을 쓸데없이 외신기자에게 시키느냐는 것"이라며 "나는 이걸 복화술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이 나가기 전 KBS 기자는 브린에게 전화해 칼럼을 쓰게된 경위를 물었다. 브린은 KBS기자에게 "조선일보에 칼럼 내용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조선일보가 이런 걸 써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KBS 기자는 "원문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브린은 조선일보의 양해를 얻은 후 KBS에 영어 원문도 보내줬다고 했다.

브린은 자신의 칼럼 내용이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국내 매체에서 큰 관심을 받고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보고 언론 등 한국 사회의 분극화(polarization)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이념적 대립과 갈등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언론의 자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때이다. 성숙한 개인 또는 조직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권리, 또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 해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할 때이다. 브린은 한국에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professional journalist)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했다. 헤어지면서, 필자는 시간이 없어 몇 가지 질문을 이메일로 보낸다고 했다. 얼마 안 있어 그로부터 답장이 왔다.  


 

[마이클 브린]


(질문 1)  조선일보에 기고문을 쓰고 있는데, 세월호 추모시설 설치와 관련된 최근 칼럼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KBS는 이와 관련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태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I was a little surprised at first that the column was so well received by Chosun Ilbo readers. At the time, I hesitated to send it to the newspaper because I thought it was not very interesting for them. (처음에는 이 칼럼이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그렇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다. 당시, 나는 칼럼 내용이 그들에게 별로 흥미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보내는 것을 망설였다) 



(질문 2) 한국의 저널리즘, 윤리 의식, 언론의 자유, 분극화(polarization) 및 전문성 등에 대한 생각은? 


(답변 ) The main thing that concerns me is polarization. This seems to be happening all over the world. People on the democratic left and democratic right seem to treat one another as if they are undemocratic extremists. Like many people, I would like to see a return to more rational and civilized disagreement. Another problem is the inability to cover “taboo” subjects. For example, a few years ago when US and Canadian beef were blocked over mad cow disease, Japanese media soon started asking “What about our (Japanese) beef?” and that led to the discovery of some cases in Japan. No Korean reporter ever asked the same question here – they were afraid to.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분극화(polarization)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민주 좌익과 민주 우익의 사람들은 서로를 비민주적인 극단주의자로 취급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처럼, 저는 의견의 불일치가 좀 더 합리적이고 교양 있는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 또 다른 문제는 (언론이) 터부시 되는 주제를 다루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광우병으로 미국과 캐나다 쇠고기가 막혔을 때, 일본 언론은 곧 "우리의 (일본) 쇠고기는 어떤가?"라고 묻기 시작했고, 이후 일본에서 몇몇 사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한국의 기자도 여기서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질문 3 )당신의 최근 저서 '한국, 한국인'은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합니까?

(답변) I think unified Korea will be one of the great countries of the 21st century. But for that to happen, the country needs leadership that is more courageous and principled than we have seen in recent decades. By that, I mean we need leaders who can turn to the minshim and say “No, I will not do what you say, I will follow the country’s laws, I will do what is in the national interest even if it makes me unpopular.” (통일된 한국은 21세기의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최근 수십년 동안 우리가 본 것보다 더 용감하고 원칙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심을 향해 "아니, 나는 너의 말대로 하지 않겠다, 나는 나라의 법을 따르겠다, 그것이 나를 인기 없게 만들더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문 4)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전 (前) 회장으로서, 현 정부의 외신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평가 하시나요?

(답변) As far as I can see, the current government shares with previous governments a weak sense of the real value of the free press. Under Park Geun-hye, a Japanese journalists was ridiculously sued for having written about the president’s “missing seven hours” on the day the Sewol-ho sank. Under this government, the Blue House responded very weakly when the ruling party ridiculously questioned the “patriotism” of a Korean reporter working with Bloomberg for having criticized the president. (내가 보기에 현 정부도 이전 정부들과 같이 언론 자유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일본 기자는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실종' 기사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고소를 당했다. 또 이번 정부에서는, 여당이 블룸버그 통신에서 일하는 기자의 애국심에 대해 터무니없이 의문을 제기했을 때, 청와대는 매우 힘없이 반응했다.


(질문 5)  오랜 외국인 거주자로서 한국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답변) Korea is a free, democratic, advanced country and its streets are relatively safe. The Korean people are lively, energetic and want their country to be better. That’s the good part. The bad part is the damage caused by the fantasy belief in minshim over law, the inability to have a good relationship with the other democracy in the region, Japan, the intellectual inability to view history objectively, the unpleasant way in which seniors treat juniors in many companies, and the level of mistreatment of women.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이고 거리는 비교적 안전하다. 한국인은 활달하고, 활력이 넘치며, 조국이 더 발전하길 바란다. 그게 좋은 부분이다. 나쁜 점은 민심이 법보다 우위라는 환상적인 믿음, 역내 다른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과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없는 능력, 역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지적 능력, 많은 기업에서 선배들이 후배를 대하는 불쾌한 방식,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이다) 
 
(질문6) 한국 통일은 여전히 ​​먼 꿈입니까? (브린 기자가 보기에) 트럼프와 김정은 올해 다시 만날지? 

(답변) I think reunification is a long-term thing. However, there could be peace and a measure of reconciliation. South Korea is very willing. But North Korea is ruled by an absolute dictator and he may not be able to see how reconciliation will work in his favor. I imagine there will be a third summit if and when North Korea has figured how it proposes to de-nuclearize. (나는 통일이 장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와 어느 정도의 화해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매우 적극적이다. 그러나 북한은 절대적인 독재자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그(김정은)는 화해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제안 방법을 결정한 이후에 제 3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생각한다)  


 

[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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