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결국 설로 끝났다'...삼성-LG '패널 협상' 무산된 속사정

석유선 기자() | Posted : June 14, 2022, 18:00 | Updated : June 14, 2022, 18:00
“양사 누구도 OLED 패널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사람은 없다. 다만 6개월이 넘어가는데 양사 모두 뭔가 말이 없으니 결국 (협상이) 끝난 거 아니겠는가. 하반기에 OLED TV 신제품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동맹’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전자업계 경쟁 그룹 간 유례없는 동맹은 결국의 무위로 끝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철저히 '실익'을 저울질한 양사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못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자회사로 둔 삼성전자가 결국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업황 나빠진 TV 시장...삼성전자, W-OLED 신제품 연내 출시 희박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양사의 OLED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를 채용한 삼성전자 OLED TV 신제품을 연내 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요한 이유였다. TV 시장 업황 악화와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 TV 시장은 지난해보다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령 등으로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인플레이션 등도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전체 대형 TV 제품 가운데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절대적인 주력 제품으로 판매해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LCD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대세가 된 OLED TV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W-OLED 제품 출시를 저울질해 왔다.
 
복병은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량이 적고, 수율(완성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 목표 출하량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LG디스플레이와 W-OLED 패널 공급 협상을 진행, 목표 출하량을 메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W-OLED TV 신제품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무리해서 수율이 낮은 OLED TV 출시를 하는 대신 당분간은 LCD TV 판매에 주력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안정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LCD TV 패널과 OLED TV 패널 비교 이미지 [사진=LG디스플레이]

 
관건은 결국 ‘가격’...LCD 가격 내림세·OLED 수익성, 협상에 발목 잡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반년 가까이 끌어온 협상이 물거품이 된 것은 결국 패널 가격을 둘러싼 견해차가 첨예했기 때문이다. OLED 패널 가격은 기본적으로 LCD 패널의 수배에 달해 제조 원가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TV 1대를 판매했을 때 수익도 LCD와 비교하면 OLED가 낮다.
 
이런 이유로 TV 제조사는 최대한 싼 가격에 패널을 공급받으려 하고, 패널 공급사는 최대한 수익 보전을 위한 가격 방어를 하려고 한다. 이런 이해관계는 이번 협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측에 LCD 패널 수준은 아니더라도 LG전자에 공급하는 것보다 저렴한 납품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 OLED 패널 시장 확대와 수익성 회복을 노렸던 터라 납품가를 마냥 낮게 책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TV 사업 대부분을 의존하는 LCD 패널 가격의 내림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로선 LCD 가격이 낮은데 굳이 비싼 W-OLED 패널을 무리해서 확보할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최근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30달러로 한 달 전보다 20% 하락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87달러)와 비교해도 65.5% 급감한 수준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55인치와 65인치 LCD 패널도 한 달간 7.3% 9.3% 각각 하락했다.
 
삼성전자, 제 식구 ‘QD-OLED 키우기’...높은 수율 업고 투자 확대 전망
 

QD-OLED TV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양사의 협상이 틀어진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 전략을 바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어렵게 협상을 통해 LG디스플레이의 W-OLED TV를 출시하는 대신 투자 확대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중심으로 QD-OLED TV 시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 지난 4월 해외에서 먼저 QD-OLED TV를 출시한 상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 수율이 최근 80%대까지 급상승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QD-OLED 생산을 시작한 이후 초기 수율은 30%대에 불과했지만 6개월을 넘기면서 최근 수율 80%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이렇게 단기간 수율을 높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본다. 전 세계 대형 OLED 패널의 99%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도 수율 안정화에 수년이 소요됐다.
 
최근 ‘LCD 시장 완전 철수’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LCD를 생산하던 충남 아산캠퍼스 8세대 생산라인도 QD-OLED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대형 디스플레이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QD-OLED를 포함한 QD디스플레이에 1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대입하면 현재 월 3만 장 수준인 QD-OLED 캐파(생산능력)를 9만 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재 80%의 수율을 유지할 경우, 삼성의 QD-OLED 패널 캐파는 현재 144만 장에서 430만 장으로 늘어난다. 연내 QD-OLED 투자 확대만 결정된다면, 삼성전자로선 굳이 LG디스플레이 패널 확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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