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장 방드 밸드를 붕괴시킨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카누스티=이동훈 기자() | Posted : July 16, 2022, 07:00 | Updated : July 16, 2022, 16:36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 방드 밸드. [사진=AP·연합뉴스]

1999년 7월 18일, 제128회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린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18번 홀 티잉 구역. 장 방드 밸드가 드라이버를 쥐고 티샷을 했다. 공은 번 앞에 멈추어 섰다.

폴 로리와는 3타 차, 3오버파. 18번 홀만 잘 마무리하면 클라레 저그(디 오픈 우승컵)가 눈앞에 있었다. 두 번째 샷을 하러 가는 발걸음이 경쾌했다. 우승자의 느낌이다. 갤러리가 18번 홀을 가득 메웠다. 2번 아이언을 집었다. 한 번에 그린을 노리겠다는 의도로다.
 

장 방드 밸드에게 시련을 준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18번 홀 그린 옆 배리 번. [사진=이동훈 기자]

스윙과 함께 붕괴가 시작됐다. 관중석을 맞고 공이 튀어나왔다. 세 번째 샷. 러프의 저항을 이기지 못한 공이 배리 번에 빠졌다. 번은 넓고 물이 깔려 있다. 층층이 경계도 특징이다. 그는 양말을 벗고 번으로 들어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위치가 좋지 않아 드롭을 결정하고 다시 쳤다. 공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다. 벙커 샷은 깃대 근처에 공을 떨궜다. 중요한 퍼팅. 공이 홀 속에 들어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방드 밸드는 트리플 보기를 해도 좋아했다. 290타(6오버파) 연장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장전은 마지막 4홀에서 진행됐다. 4홀 플레이 결과 운명의 장난처럼 로리가 우승했다. 

방드 밸드는 4라운드에서 77타(6오버파)를 때렸다. 로리는 67타(4언더파)다. 3라운드까지 로리는 223타(10오버파), 방드 밸드는 213타(이븐파)였다. 10타를 따라잡으며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가 우승한 셈이다.

제150회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카누스티까지 23.8마일(38㎞)을 달렸다.

가는 길에 스코틀랜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던디를 지났다. 던디는 공업도시다. 에든버러와 다르게 새로 지은 건물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골프의 소도시(Golf Town)'라는 간판이 보였다. 던디와는 다른 느낌이다. 한적했다. 표지판을 따라 핸들을 돌렸다. 직진 후 작은 터널을 지나 오른쪽을 바라보니 카누스티 골프 호텔 앤드 스파 건물이 보였다. 이 호텔 안에는 프로숍이 없었다.
 

2018년 개장한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의 새로운 프로숍. [사진=이동훈 기자]

프로숍은 2018년 새로 지어졌다. 18번 홀 방드 밸드가 붕괴한 배리 번이 잘 보이는 위치에다.

클럽하우스 2층으로 향했다.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했다. 1999년 폴 로리의 사인이 담긴 우승 깃발과 1~4라운드 스코어 카드가 전시돼 있다. 어느 곳에서도 방드 밸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프로숍에는 디 오픈 챔피언십 개최지라는 것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1999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폴 로리 사인 깃발과 스코어 카드. [사진=이동훈 기자]

직원에게 코스 진입을 허락받고, 18번 홀 그린에서 가까운 배리 번으로 향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내장객들은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대회 당시에는 철다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생겼다. 한 골퍼가 공을 번에 빠뜨린다. 드롭을 하더니 그린 옆 벙커에 빠진다. 동반자가 "너 장이냐"고 웃는다. 로리의 우승이 묻힐 정도로 골퍼들의 머리에는 방드 밸드가 각인됐다.

카누스티는 디 오픈을 8회 개최했다. 1931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다. 

이 코스에서는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이 관장하는 걸스와 보이스 아마추어 챔피언십이 8월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다. 다음 디 오픈을 기다리면서다.
 

카누스티 골프 클럽의 방명록. [사진=이동훈 기자]

노을 밑에 깔린 호텔 옆 골프숍과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놀이동산 같은 골프숍은 늦은 시간으로 진즉에 닫았다. 골프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프클럽 입구에 자리한 방명록 데스크는 1898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래된 방명록도 펼쳐져 있다. 이 클럽은 아놀드 파머도 회원이다. 명예회원 메달을 받았다.

한 시간이 지나니 붉은 노을이 검게 변한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로 돌아갈 때다.
 

땅거미가 지는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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